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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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노트] 결정적 순간의 실수, 흔들린 것은 마음이 아니라 뇌였다
2026-03-04

결정적 순간의 실수, 흔들린 것은 마음이 아니라 뇌였다

- 뇌과학이 밝힌 수행 저하의 메커니즘 -


중요한 경기일수록 왜 평소보다 몸이 굳고, 생각은 많아지며, 익숙한 동작마저 흔들리게 될까. 이 질문은 스포츠 현장을 넘어 시험장, 발표장, 면접장처럼 누구나 한 번쯤 마주하는 ‘결정적 순간의 실수’와도 맞닿아 있다. 울산대학교 스포츠과학부 우민정 교수의 연구는 이러한 수행 저하를 단순한 긴장이나 심리 문제로 보지 않고, 불안이 뇌의 평가·감정·운동 실행 체계에 어떤 변화를 일으키는지 뇌과학적으로 풀어낸다. 이번 연구노트에서는 압박 속에서 선수의 기량이 흔들리는 메커니즘과, 이를 극복해 최적의 수행으로 이어가기 위한 전략을 함께 살펴본다.


스포츠과학부 우민정 교수


[연구를 시작한 계기]

  박태환 선수는 처음 출전한 아테네올림픽 남자 자유형 400m 예선에서 부정출발로 실격했다. 4년에 한 번 열리는 황금같은 기회를 놓쳐버린 것이다. 왜 세계적인 선수도 중요한 순간에 어이없는 실수를 할까? 이 질문이 이 연구의 출발점이다. 본 연구는 불안이 어떻게 경기력을 무너뜨리고, 선수의 뇌에는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규명하여, 최적의 기량을 발휘하도록 돕는 뇌과학적 전략을 제시하였다. 


[주요 연구내용]

  고요한 선수들의 뇌에 불안이 불러온 파장

잘 훈련된 선수의 뇌는 <그림 1>과 같이 꼭 필요한 부분만을 효율적으로 사용한다. 반복 훈련을 통해 숙련된다는 것은, 결국 뇌가 그 움직임을 더 자동적이고 효율적으로 처리하게 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림 1. 공격방향 예측시 비선수(위)와 펜싱선수(아래) 뇌전위


 문제는 압박이 커지는 순간 시작된다. 중요한 경기일수록 선수들은 긴장하고, 생각이 많아지고, 결국 자동화된 움직임이 어색해지고, 갑자기 몸이 굳거나 떨게 된다. 그 결과는 <그림 2>와 같이 기량의 하락으로 나타난다. 스포츠심리학자들은 그 이유를 ‘경쟁불안’에서 찾는다.


그림 2. 연습(좌)과 시합(우)시 사격선수의 뇌 활성화와 사격 변동성 


[불안에 의한 수행 저하 메커니즘]

  본 연구는 불안이 수행 저하를 관여하는 전두엽-변연계-피질척수 경로를 설명하는 인지-정서-운동 통합 모델(Cognitive-Emotional-Motor Integration: CEMI Model)을 제안하여 그 메커니즘을 규명하였다. 선수가 경기 상황을 ➊ ‘도전’이 아니라 ‘위협’으로 인식하면, ➋ 편도체가 과활성화되어 불안감이 증폭되고, 해마의 운동전략 회상·적용 기능이 저하된다. 또한 자동화된 처리가 아닌 의식적 통제가 개입하면서 ➌ 운동피질에 과부하된 신경 잡음(noise)이 전달되어 자동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운동 수행이 흔들리게 된다. 결국 몸의 협응이 무너지고, 우리가 흔히 말하는 멘붕(choking), 즉 ❹ 결정적 순간의 수행 저하가 나타난다(그림 3). 이것은 시험을 앞둔 학생, 중요한 발표를 준비하는 직장인, 면접장에 들어서는 취업 준비생처럼 긴장된 순간에 실수하는 모든 사람에게 해당되는 이야기다. 


그림 3. 뇌기반 수행 저하 메커니즘과 수행 최적화 전략 


[수행 최적화 전략]

  이 연구는 불안을 극복하여 기량을 발휘하도록 하는 뇌과학적 전략도 함께 제시한다. 


첫째, 상황을 ‘위협’이 아니라 ‘기회’로 다시 해석하도록 돕는 인지 재평가 훈련이다.

둘째, 과도한 인지 개입을 줄이고 자동성을 회복하도록 돕는 뉴로피드백 훈련이다.

셋째, 자율신경계와 정서 조절을 안정화하는 심박변이도(HRV) 조절 훈련이다.  


 이러한 전략들은 중요한 순간에도 몸과 마음, 뇌가 지나치게 흔들리지 않도록 돕는다.


[마지막 메시지]

  선수는 중요한 순간에 단지 “마음이 약해서” 무너지는 것이 아니다. 압박은 뇌의 평가, 감정, 운동 실행 체계를 차례로 변화시키므로, 이 과정에 대한 명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선수들의 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 압박을 위협이 아닌 기회로 바꾸고, 불필요한 인지 개입을 줄이며, 몸과 뇌의 조절 능력을 회복하는 과정을 통해 최고의 수행(Peak performance)이 만들어진다. 이 연구는 스포츠심리학계의 학문적 기여를 인정받아 2025년도 한국스포츠심리학회지 우수논문상에 선정되었다(doi: 10.14385/KSSP.36.2.1).


[후속연구]

 선수의 불안과 수행 저하를 설명한 앞선 연구를 바탕으로, 후속 연구에서는 우울·불안을 겪는 사람들을 위한 AI 기반 CBT(인지행동치료) 챗봇의 치료 효과와 작동 기제를 검토하였다. 이 성과는 디지털 정신건강 분야의 국제학술지 JMIR Mental Health(IF=5.8, Psychiatry 상위 9%)에 게재되었다. 궁금한 분들은 이곳으로(doi: 10.2196/78340).